아주 오래 전 일이었지. 직장상사의 모친께서 오랜 지병 끝에 별세했단다.
산간지방이라 대차를 하여 내려 가던 중이었는데 그날따라 어찌나 덥든지.
그 동네 근처 다리에 닿았을 때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더구나.
누가 물에 빠졌다나?
그러려니 하고선 병원에 가서 조문을 하고 밖으로 나와
상주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.
그런데 말이다,
그리 슬퍼하지 않더구나.
치매라 아마도 오랫동안 자식들 속 꽤나 썩이다가 가셔서 그런지
오히려 진절머리를 내더군.
당해보지 않은 내가 뭐라 하겠냐 만은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더구나.
그때 구급차 한대가 꽁무니에 불붙은 듯 들어 오더군.
보기 싫어도 봐야 했지.
응급실과 영안실이 바로 붙어 있었으니까.
하얀 보 사이로 나온 발,
그 파랗게 질린 발은 분명 주인이 어린애였음을 말해 주더구나.
내 보기엔 이미 늦었고.
애비인 듯한 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털썩 주저 앉아 꺼억 꺼억,
마치 무슨 짐승이 울부짓듯 울어대었고,
멀리서 한 여자가 미친듯이 달려오더라.
나는 태어나서 사람이 얼굴이 그리도 하얀 건 처음 보았단다.
내 새끼, 내 새끼를 외치며 바닥에 뒹구는데 장정 두넘도 못당하더구나.
애비가 먼저 정신 챙겨 대강 시신 들여보내고
하늘 보면서 담배를 꺼내 무는데 두 눈구멍에서 비가 내리더군.
주먹만 움켜쥐고 담배 타 들어가는 줄도 모른 체 서 있고
주저앉은 에미는 이미 실성했더라.
나는 그 날 너무도 상이한 두 주검을 앞에 두고
무엇이 효도인지 생각해 보았다.
부와 명예를 얻고 입신양명한다?
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 여쭈며 조선시대식으로 산다?
아니다.
바로 온전히 내 몸 하나 건사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
걱정이나 끼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라고 생각했지.
자식은 부모의 알멩이이고 부모는 자식의 껍데기란다.
내 속을 비워낸 자식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
신이 특별히 우리에게 삶의 목적을 제시해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.
너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았느냐?
그 모습이 정말 자신들 속을 다 꺼내 만든 그대 부모의 둘도 없이
소중한 자식의 형상을 하고 있단 말이더냐?
대체 그깐 쌩양아치같은 남자가 뭔데
그토록 소중한, 네 것만도 아닌 네 몸을 축내며 슬퍼한단 말이냐?
아서라.
너에게 부여된 삶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.
너의 삶에서 그 남자가 남긴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작은
생채기에 불과하니 굳이 그것을 긁어대며 고름들게 할 필요가 없단다.
아가씨,
부모님은 계신가?
그 모습은 굳이 자네가 말하지 않더라도 다 느끼실 거네.
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?
털고 일어나게나.
부질없는 일로 부모님의 명 단축하지 말고 부디 자중자애하게나.
그리고 명심하게나.
언제 시작하든 늦는게 바로 효도라네.
지금 자네가 시작해야 할 효도는 그냥 모두 잊고 싱긋이 웃는 것일세.
큰 도움 되지 못해 미안허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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베스티즈에서 긁어옴.
뭐... 이;;; 쫌.... 죽어버리고싶다고 잘 그러는 사람 중 하나인 나로서는
열심히 읽어야 할 글.
다른 효도는 못해도
먼저 가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생각에
살고 있지. 지금도.
Posted by BA